초등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주식 계좌를 만든 이야기
초등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주식 계좌를 만든 이야기
명절이 되면 아이에게 용돈이 꽤 들어옵니다. 그런데 저축통장에 넣어줘도 금방 꺼내 써버리는 걸 보면서 한 번쯤은 돈을 다르게 다루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이던 해, 같이 국민은행에 가서 미성년자 주식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투자로 돈을 벌게 해주려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이가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느껴봤으면 했습니다.
✔️ 첫 번째 종목은 아이가 갖고 싶던 핸드폰 회사였습니다
계좌를 만들고 나서 어떤 주식을 살지 같이 이야기해봤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것, 갖고 싶은 것 중에 회사가 있어?"
아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자기가 갖고 싶던 핸드폰 회사를 골랐습니다. 사고 싶어도 못 사는 물건의 회사 주인이 되는 셈이라고 했더니 눈이 반짝이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 내가 그 회사 주인이 되는 거야?"
완벽하게 맞는 말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아이가 주식을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자기가 아는 무언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았습니다.
✔️ 두 번째 종목은 나중에 살 자동차 회사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스스로 다음 종목을 골랐습니다. 이번엔 나중에 크면 타고 싶다는 자동차 회사였습니다.
왜 그 회사를 골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중에 그 차 살 거니까, 미리 주인이 되면 되잖아."
초등학생이 한 말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 "내가 소비자이면서 주주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배운다는 것을요.
✔️ 3년쯤 지나서는 ETF도 같이 알아봤습니다
개별 종목 두 개를 경험하고 나서 3년쯤 지났을 때, 이번엔 ETF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한 회사만 사는 것보다 여러 회사를 한 번에 사는 방법도 있어."
처음엔 잘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설명해줬습니다.
"과자 하나만 사면 그 과자가 별로면 끝이지만, 과자 여러 개 묶음을 사면 하나가 별로여도 나머지가 있잖아."
그 설명을 듣더니 바로 이해했습니다. 지금은 개별 종목과 ETF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 지금 수익률은 75% 정도입니다
처음 계좌를 만든 게 초등학교 2학년 때였으니 지금은 중학생이 됐습니다. 그동안 수익률이 75% 정도까지 올랐습니다.
아이는 가끔 계좌를 열어보고는 흐뭇해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수익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용돈이 생기면 바로 쓰고 싶어 했는데, 요즘은 "이거 주식 넣을까?"라는 말을 먼저 꺼냅니다.
돈을 쓰는 것과 불리는 것 사이에서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게 75% 수익보다 훨씬 더 값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편의점에서 시작된 주식 이야기
딸과 편의점을 자주 갑니다. 어느 날 진열대 앞에서 삼각김밥을 고르던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빠, 불닭볶음면 만드는 회사 주식도 있어?"
순간 웃음이 났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대단한 질문이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먹으면서 그 회사를 떠올리고, 주식과 연결 짓는 사고방식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입니다. 어른들도 쉽게 못 하는 생각을 아이가 편의점 앞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집에 와서 같이 찾아봤습니다. 불닭볶음면을 만드는 삼양식품은 실제로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이었고, 해외 수출로 크게 성장한 회사라는 것도 같이 알게 됐습니다.
종목을 사고 안 사고보다, 그 과정이 더 의미 있었습니다. 아이가 일상에서 기업을 발견하는 눈이 생겼다는 것을요.
✔️ 아이를 가르치려다 제가 더 배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오랫동안 주식 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차트를 보고, 재무제표를 읽고, 뉴스를 분석하는 것이 투자 공부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딸이 편의점에서 불닭볶음면을 보고 주식을 떠올리는 걸 보면서 제가 놓치고 있던 게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투자의 힌트는 일상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제가 못 보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워런 버핏이 "자신이 이해하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말한 것처럼, 사실 가장 잘 아는 기업은 내가 매일 쓰고 먹고 즐기는 것들 속에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투자를 가르치려고 시작했는데, 결국 일상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 자녀 주식 계좌, 증여세는 어떻게 될까요
자녀 주식 계좌에 부모가 돈을 입금하는 순간 법적으로 증여가 됩니다.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 알아두면 나중에 문제가 없습니다.
증여세 한도는 증여한 날로부터 10년을 소급해서 합산하는 방식입니다. 미성년자는 10년마다 2,000만 원, 성인이 되면 10년마다 5,000만 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습니다.
| 증여 시작 시점 | 한도 적용 방식 | 비고 |
|---|---|---|
| 태어날 때 시작 | 0~9세 2,000만 원 + 10~19세 2,000만 원 | 한도를 두 번 활용 가능 |
| 5살 때 시작 | 5~14세 합산 2,000만 원 | 15세부터 새 한도 시작 |
| 13살 때 시작 | 13~22세 합산 2,000만 원 | 성인 한도와 일부 겹침 |
즉, 태어날 때 증여를 못 했다고 해서 한도 자체가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일찍 시작할수록 한도를 두 번 나눠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같은 금액이라도 더 유리한 구조가 됩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은 주식으로 불어난 수익은 증여세 대상이 아닙니다. 처음 입금한 원금 기준으로만 증여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일찍 증여할수록 수익이 커져도 추가 세금 부담이 없습니다.
또한 증여세가 0원이더라도 증여세 신고는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자금 출처 문제가 생겼을 때 미리 신고해둔 기록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세금이 없어도 신고는 해두자. 나중의 나를 위한 가장 간단한 준비입니다.
✔️ 아이에게 투자를 알려줄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
미성년자 자녀에게 주식을 알려줄 때 처음부터 수익을 목표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돈에 대해 건강한 태도를 갖게 되는 게 먼저였습니다.
- 아이가 아는 것에서 시작할 것 — 좋아하는 브랜드, 자주 가는 곳, 갖고 싶은 물건의 회사부터
- 결과보다 과정을 함께 볼 것 — 왜 올랐는지, 왜 떨어졌는지 같이 이야기하기
- 잃어도 괜찮은 금액으로 시작할 것 — 명절 용돈 일부처럼 생활에 영향 없는 돈으로
- 강요하지 않을 것 —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만,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않기
지금도 딸이 계좌를 자주 들여다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건 분명히 느껴집니다.
수익률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돈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도 투자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졌습니다.
언젠가 딸이 스스로 투자 원칙을 세우고 판단하는 날이 오면, 그때 이 계좌가 진짜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미성년자 주식 계좌, 이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는 단독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 수 없고, 부모가 법정대리인 자격으로 함께 은행이나 증권사를 방문해야 합니다.
| 준비물 | 내용 |
|---|---|
| 부모 신분증 |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 |
| 자녀 기본증명서 | 주민센터 또는 정부24에서 발급 |
| 가족관계증명서 | 부모·자녀 관계 확인용 |
저는 국민은행에서 만들었는데, 대부분의 시중 은행과 증권사에서 미성년자 계좌 개설이 가능합니다. 방문 전에 해당 기관에 미리 확인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 공유 목적의 글입니다. 투자 권유나 종목 추천이 아니며,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미성년자 투자는 반드시 보호자의 판단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증여세 관련 내용은 세법 개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니 정확한 내용은 세무사 또는 국세청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