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주식 계좌를 만든 이야기

명절이 되면 아이에게 용돈이 꽤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저축통장에 넣어주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간식을 사 먹는 데 대부분 사용하더라고요. 물론 그것도 잘못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돈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이던 해, 함께 국민은행에 가서 미성년자 주식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큰 수익을 기대했던 것은 아닙니다. 주식을 통해 돈을 벌게 하려는 목적도 아니었습니다.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기업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첫 번째 종목은 아이가 갖고 싶던 휴대폰 회사였습니다

계좌를 만든 뒤 어떤 회사를 살지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물건이나 회사가 있어?"

딸은 한참 생각하더니 평소 갖고 싶어 하던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내가 그 회사 주인이 되는 거야?"

엄밀히 말하면 '주주'가 되는 것이지만, 초등학생에게는 그 정도 설명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는 주식을 숫자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기업과 연결해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회사도 스스로 골랐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번에는 나중에 꼭 타고 싶다던 자동차 회사를 직접 선택했습니다.

"나중에 살 차니까 미리 주인이 되면 좋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놀랐습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소비자이면서 주주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을 아이 스스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배우고, 경험을 통해 더 오래 기억한다는 것을요.

3년 뒤에는 ETF도 함께 공부했습니다

개별 종목을 경험한 뒤에는 ETF도 함께 알아봤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워하는 것 같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과자를 하나만 사면 맛이 없으면 끝이지만, 과자 여러 개가 들어 있는 선물세트는 하나가 별로여도 다른 과자가 있잖아. ETF도 비슷해."

그 설명을 듣고는 금세 이해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개별 종목과 ETF를 함께 보유하며 투자하고 있습니다.

수익률보다 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처음 계좌를 만들었던 초등학교 2학년이 지나 지금은 중학생이 되었고, 계좌 수익률은 약 75%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기뻤던 것은 수익률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용돈이 생기면 바로 쓰고 싶어 했는데, 요즘은 먼저 이렇게 묻습니다.

"아빠, 이 돈도 투자해 볼까?"

돈을 쓰는 것보다 모으고 불리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 변화가 75%라는 숫자보다 훨씬 값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점에서 시작된 경제 공부

어느 날 딸과 편의점에 갔습니다.

삼각김밥을 고르던 아이가 갑자기 질문했습니다.

"아빠, 불닭볶음면 만드는 회사도 주식이 있어?"

순간 웃음이 났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좋은 질문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함께 찾아보니 삼양식품이라는 회사였고, 해외 수출로 크게 성장한 기업이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습니다.

주식을 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기업을 발견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점이 더 의미 있었습니다.

아이를 가르치려다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예전에는 투자 공부라고 하면 차트나 재무제표부터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생활 속 기업을 찾아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투자의 시작은 어려운 숫자가 아니라, 내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워런 버핏이 "이해하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말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아이에게 경제를 알려주려 했지만,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었습니다.

자녀 주식 계좌를 만들 때 꼭 알아둘 점

부모가 자녀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법적으로는 증여에 해당합니다.

현재 기준으로 미성년자는 10년 동안 2,000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으며, 이후 성인이 되면 별도의 한도가 다시 적용됩니다. 정확한 신고 절차와 최신 기준은 국세청 홈택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투자로 발생한 수익은 증여세 대상이 아니라 처음 증여한 원금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증여 사실을 신고해 두면 나중에 자금 출처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시작한다면 저는 이렇게 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기업을 선택했던 것이 흥미를 갖게 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개별 종목보다 ETF 비중을 조금 더 늘릴 것 같습니다.

ETF는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특정 기업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장기 투자의 개념을 설명하기에도 훨씬 좋았습니다. ETF의 기본 구조와 종류는 금융투자협회의 투자자 교육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기업 한두 개와 ETF를 함께 보유하는 방식이 아이도 재미있고 부모도 부담이 적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모라면 한 번쯤 추천드립니다

- 아이에게 경제 교육을 자연스럽게 시작하고 싶은 부모
- 명절 용돈을 의미 있게 활용하고 싶은 부모
- 장기 투자와 저축의 차이를 알려주고 싶은 부모
- 아이와 함께 기업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부모

꼭 큰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명절 용돈 일부처럼 부담 없는 금액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계좌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딸에게 가장 큰 선물은 주식 계좌가 아니었습니다.

마트에서, 편의점에서, 길을 걷다가 기업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소비자의 시선에서 조금씩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성장했고, 저는 아이를 통해 투자의 본질을 다시 배우게 됐습니다.

경제 교육은 아이에게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돈을 이해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자녀 주식 계좌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수익률보다 아이와 함께 경제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먼저 만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그 경험은 숫자로 계산하기 어려울 만큼 오래 남는 자산이 될지도 모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ETF 적립식 투자 방법 (분산투자, 월 1회, 직장인 투자 루틴)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투자 권유나 종목 추천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미성년자 계좌 개설 절차와 증여세 기준은 제도 변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최신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와이디생명과학 10년 (장외, 코넥스, 주주서한)

해외주식 양도세 22% 줄이는 법

ISA 미국 ETF 투자 (SPYM, QQQM, 적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