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렛대 시대 (레버리지, 배포력, 슈퍼개인)
요즘 제 책상 위에는 「레버리지」라는 책이 펼쳐져 있습니다. 퇴직하고 시간이 생기면서 손에 잡은 책인데, 읽던 중에 우연히 본 영상 하나가 책 내용과 묘하게 겹쳤습니다. 1913년 포드 공장에서 시작해, 직원 몇십 명으로 수천억 원을 버는 AI 회사까지 부를 만드는 지렛대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다룬 영상이었습니다. 26년 동안 제 시간을 팔아 월급을 받아 온 사람으로서 그냥 넘기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레버리지(Leverage)는 지렛대라는 뜻입니다. 혼자서는 들 수 없는 무게를 지렛대로 들어 올리듯, 내 노력이나 자원을 몇 배로 키워 주는 장치를 말합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 나발 라비칸트는 부를 만드는 지렛대로 노동, 자본, 그리고 코드와 미디어를 꼽았습니다. 영상은 여기에 네 번째 지렛대로 AI를 더합니다.
세 번째 지렛대부터는 한계 비용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집니다. 한계 비용은 제품을 하나 더 만들 때 추가로 드는 비용을 말합니다. 글 한 편이나 프로그램 하나는 한 번 만들면 거의 공짜로 복제됩니다. AI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글을 쓰고 코드를 짜는 '만드는 일' 자체의 비용까지 낮추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제 소득은 정확히 제 시간에 비례했습니다. 현장에 일찍 나가고 늦게까지 남는 만큼 인정받았지만, 하루는 24시간이고 몸은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정년이 오면 그 시간을 팔 곳마저 사라집니다. 정년을 기다리지 않고 2026년 8월 31일 퇴직을 택한 것도, 시간을 파는 구조에서 벗어날 방법을 지금부터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 블로그를 운영하며 처음으로 다른 지렛대를 써 보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디자이너에게 맡겼을 인포그래픽을 AI의 도움을 받아 직접 만들고, 며칠 걸렸을 자료 조사를 몇 시간 만에 끝냅니다. 한 번 올린 글은 제가 자는 동안에도 누군가 검색해서 읽습니다. 책과 영상이 말한 미디어와 AI라는 지렛대를 작게나마 손에 쥔 셈입니다.
첫째는 AI 이미지 서비스 미드저니(Midjourney)입니다. 한때 회사 소개에 상근 직원이 11명이라고 적어 뒀던 이 회사는, 미국 테크 매체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직원 40명 남짓으로 2023년 2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직원 한 명당 500만 달러 수준입니다.
둘째는 네덜란드 개발자 피터 레벨스입니다. 그는 직원 없이 노마드 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서비스를 혼자 운영합니다. 2025년 2월에는 AI 코딩 도구와 몇 시간 대화해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비행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17일 만에 연간 환산 매출 100만 달러를 넘겼다고 합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한 대담에서, 직원 한 명짜리 회사가 기업가치 10억 달러에 처음 오르는 해가 언제일지를 두고 테크 기업 CEO들이 내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사례는 생존자 편향을 감안하고 봐야 합니다. 생존자 편향이란 성공한 사례만 눈에 띄고, 같은 시도를 했다가 조용히 사라진 사례는 보이지 않아 생기는 착시를 말합니다. 같은 AI 도구로 게임을 만든 사람은 수없이 많았을 겁니다. 그중 피터 레벨스가 17일 만에 성과를 낸 건 그가 이미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차이를 만든 건 도구가 아니라, 도구로 만든 것을 곧바로 알릴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AI로 글을 빠르게 쓸 수 있게 되자 저도 곧 결과가 나올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몇 달 동안 쓴 글들은 검색에서도, 심사에서도 '가치가 별로 없는 콘텐츠'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만드는 비용이 낮아진 건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그럴듯한 글을 쏟아낼 수 있게 되자, 그럴듯한 글은 더 이상 가치가 되지 못했습니다. 흔해진 것의 값은 떨어진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제 블로그로 확인한 셈입니다.
숫자로 봐도 변화의 폭은 큽니다.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 풀타임 일자리 약 3억 개에 해당하는 업무를 자동화 영향권에 둘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Goldman Sachs).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생성형 AI를 기존 기술과 결합하면 직장인 업무 시간의 60~70%를 차지하는 활동이 기술적으로 자동화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출처: McKinsey Global Institute). 둘 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이지 당장 그만큼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실행만 잘하는 능력의 값이 내려가고 있다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글을 빨리 쓰는 것보다 저만 쓸 수 있는 내용을 넣는 데 시간을 더 씁니다. 퇴직금이 IRP로 들어온 과정, 수년째 들고 있는 레버리지 ETF의 반토막과 회복처럼 제 계좌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입니다. 26년 현장 경험을 풀어낼 건설·토목 블로그를 따로 준비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AI는 누구에게나 비슷한 답을 주지만, 제가 겪은 일은 저만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영상의 표현은 지나치다고 봅니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틀렸는지 알아보는 눈은 한 분야를 오래 성실하게 파고든 사람에게 생깁니다. 사라지는 건 성실함이 아니라 '시간을 파는' 성실함이고, 그 자리를 경험과 신뢰를 쌓는 성실함이 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배포력이 없는 사람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 저도 아직 배포력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제품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건 알게 됐습니다. 제 숫자와 제 경험이 들어간 글을 하나씩 쌓아 가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배포력 연습입니다.
영상은 마지막에 이렇게 묻습니다. 오늘 한 일이 내일 나 없이도 돌아갈 시스템의 벽돌이 됐는가, 아니면 내일 아침 다시 반복해야 하는 소모적인 노동이었는가. 26년 동안 제 답은 대부분 후자였습니다. 지금 쓰는 이 글 한 편이 제가 처음으로 쌓아 보는 벽돌입니다. 지렛대는 이미 누구의 손에나 쥐어졌습니다. 남은 건 그 지렛대를 어디에 받치고 무엇을 들어 올릴지 정하는 일입니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정리한 것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영상: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레버리지의 네 번째 지렛대, AI
1913년 12월 1일, 헨리 포드는 하이랜드 파크 공장에 움직이는 조립 라인을 들였습니다. 자동차 한 대를 조립하는 데 12시간 8분 걸리던 작업이 93분으로 줄었습니다. 대신 이 방식이 돌아가려면 거대한 땅과 철강, 그리고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는 수천 명의 노동자가 필요했습니다. 더 큰 공장과 더 많은 사람을 가진 쪽이 이기는 구조였습니다.레버리지(Leverage)는 지렛대라는 뜻입니다. 혼자서는 들 수 없는 무게를 지렛대로 들어 올리듯, 내 노력이나 자원을 몇 배로 키워 주는 장치를 말합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 나발 라비칸트는 부를 만드는 지렛대로 노동, 자본, 그리고 코드와 미디어를 꼽았습니다. 영상은 여기에 네 번째 지렛대로 AI를 더합니다.
| 지렛대 | 대표 모습 | 넘어야 할 문턱 |
|---|---|---|
| 노동 | 소작농, 공장 노동자 | 사람을 고용하고 관리하는 비용 |
| 자본 | 공장, 기계, 대량 생산 | 대출, 투자 유치, 인허가 |
| 코드·미디어 | 소프트웨어, 유튜브, 블로그 | 허락 없이 시작 가능 |
| AI | 글쓰기, 코딩, 설계를 대신하는 에이전트 | 월 몇만 원 구독료 |
세 번째 지렛대부터는 한계 비용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집니다. 한계 비용은 제품을 하나 더 만들 때 추가로 드는 비용을 말합니다. 글 한 편이나 프로그램 하나는 한 번 만들면 거의 공짜로 복제됩니다. AI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글을 쓰고 코드를 짜는 '만드는 일' 자체의 비용까지 낮추고 있습니다.
레버리지하거나, 레버리지당하거나
책을 읽다가 밑줄을 그은 대목이 있습니다. 남의 시간과 돈, 도구를 지렛대로 쓰지 않으면 결국 내가 누군가의 지렛대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조금 불편하게 읽혔습니다. 26년 동안 저는 회사의 지렛대였기 때문입니다.돌아보면 제 소득은 정확히 제 시간에 비례했습니다. 현장에 일찍 나가고 늦게까지 남는 만큼 인정받았지만, 하루는 24시간이고 몸은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정년이 오면 그 시간을 팔 곳마저 사라집니다. 정년을 기다리지 않고 2026년 8월 31일 퇴직을 택한 것도, 시간을 파는 구조에서 벗어날 방법을 지금부터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 블로그를 운영하며 처음으로 다른 지렛대를 써 보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디자이너에게 맡겼을 인포그래픽을 AI의 도움을 받아 직접 만들고, 며칠 걸렸을 자료 조사를 몇 시간 만에 끝냅니다. 한 번 올린 글은 제가 자는 동안에도 누군가 검색해서 읽습니다. 책과 영상이 말한 미디어와 AI라는 지렛대를 작게나마 손에 쥔 셈입니다.
슈퍼개인 사례,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영상은 슈퍼개인의 사례로 두 가지를 듭니다. 슈퍼개인이란 AI를 지렛대 삼아, 예전에는 팀 단위로 하던 일을 혼자 해내는 개인을 말합니다.첫째는 AI 이미지 서비스 미드저니(Midjourney)입니다. 한때 회사 소개에 상근 직원이 11명이라고 적어 뒀던 이 회사는, 미국 테크 매체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직원 40명 남짓으로 2023년 2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직원 한 명당 500만 달러 수준입니다.
둘째는 네덜란드 개발자 피터 레벨스입니다. 그는 직원 없이 노마드 리스트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서비스를 혼자 운영합니다. 2025년 2월에는 AI 코딩 도구와 몇 시간 대화해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비행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17일 만에 연간 환산 매출 100만 달러를 넘겼다고 합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한 대담에서, 직원 한 명짜리 회사가 기업가치 10억 달러에 처음 오르는 해가 언제일지를 두고 테크 기업 CEO들이 내기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사례는 생존자 편향을 감안하고 봐야 합니다. 생존자 편향이란 성공한 사례만 눈에 띄고, 같은 시도를 했다가 조용히 사라진 사례는 보이지 않아 생기는 착시를 말합니다. 같은 AI 도구로 게임을 만든 사람은 수없이 많았을 겁니다. 그중 피터 레벨스가 17일 만에 성과를 낸 건 그가 이미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차이를 만든 건 도구가 아니라, 도구로 만든 것을 곧바로 알릴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배포력, 블로그를 하며 깨달은 것
영상은 AI 시대에 희소해진 것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과 배포력을 꼽습니다. 배포력이란 내가 만든 것을 사람들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는 채널과 신뢰를 말합니다. 이 대목에서 제 블로그가 떠올랐습니다.AI로 글을 빠르게 쓸 수 있게 되자 저도 곧 결과가 나올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몇 달 동안 쓴 글들은 검색에서도, 심사에서도 '가치가 별로 없는 콘텐츠'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만드는 비용이 낮아진 건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그럴듯한 글을 쏟아낼 수 있게 되자, 그럴듯한 글은 더 이상 가치가 되지 못했습니다. 흔해진 것의 값은 떨어진다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제 블로그로 확인한 셈입니다.
숫자로 봐도 변화의 폭은 큽니다.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 풀타임 일자리 약 3억 개에 해당하는 업무를 자동화 영향권에 둘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Goldman Sachs).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생성형 AI를 기존 기술과 결합하면 직장인 업무 시간의 60~70%를 차지하는 활동이 기술적으로 자동화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출처: McKinsey Global Institute). 둘 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이지 당장 그만큼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도 실행만 잘하는 능력의 값이 내려가고 있다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글을 빨리 쓰는 것보다 저만 쓸 수 있는 내용을 넣는 데 시간을 더 씁니다. 퇴직금이 IRP로 들어온 과정, 수년째 들고 있는 레버리지 ETF의 반토막과 회복처럼 제 계좌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입니다. 26년 현장 경험을 풀어낼 건설·토목 블로그를 따로 준비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AI는 누구에게나 비슷한 답을 주지만, 제가 겪은 일은 저만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며 남은 질문 두 개
Q. 성실함은 정말 낡은 환상일까?→ 영상의 표현은 지나치다고 봅니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틀렸는지 알아보는 눈은 한 분야를 오래 성실하게 파고든 사람에게 생깁니다. 사라지는 건 성실함이 아니라 '시간을 파는' 성실함이고, 그 자리를 경험과 신뢰를 쌓는 성실함이 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배포력이 없는 사람은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 저도 아직 배포력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제품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건 알게 됐습니다. 제 숫자와 제 경험이 들어간 글을 하나씩 쌓아 가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배포력 연습입니다.
영상은 마지막에 이렇게 묻습니다. 오늘 한 일이 내일 나 없이도 돌아갈 시스템의 벽돌이 됐는가, 아니면 내일 아침 다시 반복해야 하는 소모적인 노동이었는가. 26년 동안 제 답은 대부분 후자였습니다. 지금 쓰는 이 글 한 편이 제가 처음으로 쌓아 보는 벽돌입니다. 지렛대는 이미 누구의 손에나 쥐어졌습니다. 남은 건 그 지렛대를 어디에 받치고 무엇을 들어 올릴지 정하는 일입니다.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정리한 것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영상: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