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첫 건강보험료 고지서 (지역가입자, 임의계속가입, 실제 금액)
46,010원.
퇴직하고 처음 받은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고지서(9월분)에 찍힌 금액입니다. 건강보험료 40,670원에 장기요양보험료 5,340원을 더한 숫자입니다. 고지서를 열기 전까지 저는 이 금액이 적어도 몇십만 원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7월 퇴사하면 건강보험은? 글에서 저는 퇴직하면 지역가입자가 되고, 회사가 내주던 절반까지 제가 부담하게 되니 보험료가 오히려 오를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임의계속가입도 신청할 생각이었고, 고지서가 나오면 보험료 조정신청부터 알아보겠다고 적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예고편의 실제 결과입니다.
직장 다닐 때와 나란히 놓아 봤습니다
고지서를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지막 월급명세서를 꺼내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 구분 | 직장가입자 (본인 부담) | 지역가입자 (첫 고지서) |
| 건강보험료 | 291,710원 | 40,670원 |
| 장기요양보험료 | 38,330원 | 5,340원 |
| 합계 | 330,040원 | 46,010원 |
매달 33만 원 넘게 나가던 보험료가 4만 6천 원으로 줄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의 14% 수준이고, 한 달에 28만 4천 원, 1년이면 340만 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월급이 끊긴 퇴직자에게 이 정도면 생활비 계산이 꽤 달라지는 금액입니다.
참고로 이와 별도로 퇴직정산 건강보험료 11만 원 정도가 마지막 월급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미리 내서 지역보험료가 적게 나온 건가 싶었는데, 알아보니 전혀 다른 보험료였습니다. 직장가입자 보험료는 그해 받은 보수총액을 근무한 달 수로 나눈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는데(국민건강보험공단, 직장가입자 보험료 산정), 매달 떼던 보험료와 올해 실제로 받은 보수를 비교해 모자란 만큼을 퇴직할 때 한 번에 정산하는 것이 퇴직정산 보험료입니다. 그래서 9월부터 시작된 지역가입자 보험료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계신 분이라면 마지막 월급이 생각보다 적게 들어올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예상 정산 금액은 공단 홈페이지의 퇴직(연말) 정산 보험료 모의계산에서 미리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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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 후 처음 받은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고지서 (9월분) |
7월에 걱정했던 것과 실제로 달랐던 것
돌이켜 보면 7월에 제가 걱정했던 근거 중 일부는 예전 기준이었습니다. 당시 찾아본 자료에는 지역가입자는 재산과 자동차까지 점수로 매겨 보험료를 낸다는 내용이 많았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제도가 이미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7월에는 첫 보험료가 10월분부터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퇴직 다음 날인 9월 1일부터 지역가입자가 되면서 9월분부터 바로 고지됐습니다.
2024년 2월분부터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기본공제가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었고, 자동차에 매기던 보험료도 대부분 사라졌습니다(정책브리핑, 지역가입자 건보료 월평균 2만 5000원 인하). 인터넷에서 "퇴직하면 건보료 폭탄"이라는 글을 읽을 때는 그 글이 언제 기준으로 쓰였는지부터 봐야 한다는 걸 이번에 배웠습니다.
제 보험료가 정확히 어떤 항목으로 계산됐는지는 아직 저도 다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건강보험공단에 산정 내역을 직접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같은 퇴직자라도 소득과 재산 상황에 따라 보험료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제 숫자는 하나의 사례로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임의계속가입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
퇴직 전에는 임의계속가입을 당연히 신청할 생각이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 수준의 보험료를 최대 3년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라, 지역가입자 보험료가 크게 오를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로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숫자를 놓고 보니 답은 간단했습니다. 임의계속가입을 하면 직장 다닐 때 제가 부담하던 수준, 즉 월 33만 원 정도를 계속 내야 합니다. 지역가입자로 내는 4만 6천 원보다 훨씬 많습니다. 임의계속가입은 지역가입자 보험료가 직장 시절보다 많이 나오는 사람에게 유리한 제도이지, 모든 퇴직자에게 필요한 제도는 아니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7월에 계획했던 보험료 조정신청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정신청은 퇴직으로 소득이 줄었는데 예전 소득 기준으로 보험료가 높게 나왔을 때 하는 것인데, 이미 예상보다 훨씬 적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퇴직을 앞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제가 석 달 동안 걱정하다가 고지서 한 장으로 정리한 내용을 순서대로 적어 봅니다.
- 걱정보다 먼저 계산해 보기: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의 보험료 모의계산에서 지역보험료와 임의계속보험료를 미리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막연히 걱정만 하다가 고지서를 받고서야 실제 금액을 알았습니다.
- 임의계속가입은 비교한 뒤에 결정하기: 직장 시절 본인 부담 보험료와 예상 지역보험료를 나란히 놓고, 지역보험료가 더 많을 때만 신청을 고민하면 됩니다. 신청 기한은 지역가입자 첫 고지서의 납부기한으로부터 2개월 이내라 비교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 자료의 기준 시점 확인하기: 건강보험료 제도는 생각보다 자주 바뀝니다. 2024년 이전 기준으로 쓰인 글은 지금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확인할 것이 남아 있습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는 매년 11월분부터 새로 반영되는 소득과 재산 자료에 따라 다시 계산된다고 해서, 12월에 11월분 고지서를 받으면 금액이 어떻게 바뀌는지 이어서 기록해 두겠습니다. 월급 없이 사는 첫해에는 이런 고정비 하나하나가 생활비 계획의 바닥이 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