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국민연금 (납부예외, 보험료 지원, 예상연금액)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안내문이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가입 기간과 납부 금액이 적혀 있었습니다. 퇴직하면서 직장가입자 자격이 끝났으니, 이제 국민연금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제가 정해야 할 차례였습니다.

지난 글 퇴직 후 첫 건강보험료 고지서에서는 걱정했던 것보다 보험료가 훨씬 적게 나와서 임의계속가입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조금 다릅니다. 건강보험료는 줄면 좋은 돈이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는 지금 아끼면 나중에 받을 연금이 줄어드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 안내문 숫자를 그대로 놓고, 퇴직 후 국민연금 앞에서 어떤 선택지가 있었고 제가 어떻게 정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26년 직장 생활의 국민연금 예상연금액

먼저 지금까지 쌓아 온 숫자부터 확인했습니다.

항목내용
출생 연도1974년
가입 기간325개월 (27년 1개월)
납부한 보험료 (회사 부담분 포함)101,049,360원
예상연금액 (세후)월 1,351,520원 (연 16,218,240원)
연금 받기 시작하는 나이65세 (2039년)

325개월이라는 숫자를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첫 현장에서 측량기를 들고 다니던 때부터 지난 8월 퇴직할 때까지 매달 월급명세서 한 줄에 찍혀 나가던 돈이 이렇게 쌓여 있었습니다.

납부한 보험료 1억 원 남짓을 예상연금액 연 1,622만 원으로 나눠 보면, 65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해 6년 정도면 낸 만큼을 돌려받는 셈입니다. 이 금액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조회해도 똑같이 나오는데, 직장가입자 시절 회사가 낸 절반까지 합친 금액입니다. 제 주머니에서 나간 돈만 따지면 그 절반인 5천만 원 정도라서, 3년 남짓이면 제가 낸 만큼을 돌려받습니다. 숫자만 보면 국민연금은 제가 가진 자산 중에서 가장 확실한 노후 현금 흐름이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시간입니다. 1974년생인 저는 65세가 되는 2039년부터 연금을 받습니다. 아직 13년 가까이 남았고, 그사이에는 월급도 연금도 없는 구간을 지나야 합니다.

퇴직 후 받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가입신고 안내문
퇴직 후 받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가입신고 안내문

퇴직 후 국민연금, 세 가지 선택지

퇴직해서 소득이 없어지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뀝니다. 이때 국민연금 앞에는 크게 세 가지 길이 있었습니다.

선택지내용좋은 점아쉬운 점
① 납부예외소득이 없는 동안 보험료를 내지 않음당장 나가는 돈이 없음그 기간은 가입 기간에 들어가지 않아 연금액이 늘지 않음
② 지역가입자로 계속 납부소득을 신고하고 보험료를 직접 냄가입 기간이 늘어 연금액이 늘어남회사 몫 없이 전액을 내가 부담
③ 보험료 지원제도 활용저소득 지역가입자로 보험료 절반을 지원받으며 납부적은 부담으로 가입 기간을 늘림요건이 있고, 지원은 평생 최대 12개월

국민연금공단 안내를 보면 납부예외 기간은 가입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그만큼 연금액이 줄어듭니다. 그래도 납부예외 중에도 가입 상태는 유지되기 때문에, 그사이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은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국민연금공단, 납부예외 및 납부재개). 보험료를 멈춰도 안전망까지 끊기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제도를 알게 됐습니다

세 가지 중에서 제 눈에 들어온 건 ③번이었습니다. 2026년부터는 납부를 다시 시작하는지와 상관없이, 기준소득월액이 80만 원 미만인 저소득 지역가입자라면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요건은 기준소득월액 80만 원 미만, 재산 6억 원 미만, 종합소득(사업·근로소득 제외) 1,680만 원 미만이고, 지원은 한 사람당 평생 최대 12개월입니다(국민연금공단, 지역가입자 연금보험료 지원).

공단 안내에 나온 예시를 보면 기준소득월액이 79만 9천 원일 때 월 보험료는 75,900원이고, 이 중 37,950원을 지원받습니다. 실제로 제가 내는 돈은 한 달에 4만 원이 채 안 되는 셈입니다. 지난번 건강보험료 46,010원과 비슷한 금액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한 달씩 늘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 선택: 보험료 지원이 되면 내고, 안 되면 납부예외

그래서 이렇게 정했습니다.

  • 지원 요건에 해당하면: 보험료 지원을 받으면서 국민연금을 계속 냅니다. 적은 부담으로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넘기기 아깝습니다.
  • 지원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납부예외를 신청합니다. 월급이 없는 지금은 회사 몫까지 혼자 내는 보험료가 생활비에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을 받으며 납부할 수 있는지, 재산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국민연금공단 콜센터(1355)에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안내문에는 지역가입자 자격취득 신고를 10월 15일까지 해 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내문을 받고 3개월 안에 신고하지 않으면 소득이 없는 것으로 보고 납부예외나 적용제외로 처리된다고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결국 납부예외가 되는 셈이지만, 보험료 지원을 받으며 계속 낼 생각이라면 기한 안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놓친 3개월, 추후납부로 채울 수 있을까

안내문을 보다가 하나 더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제 가입 기록에 납부예외로 처리된 기간이 3개월 있었고, 안내문에는 이 기간을 추후납부(추납)하면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추납은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의 보험료를 나중에 내서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는 제도로, 안내문 기준으로 최대 119개월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3개월이면 큰 기간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연금액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지금 당장 추납을 할지는 생활비 흐름을 보면서 정하려고 하지만, 공단에 연락하는 김에 3개월을 추납하려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도 같이 물어볼 생각입니다.

국민연금은 65세까지 이어 가는 장기 계획

퇴직 후 국민연금 문제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 건강보험료는 "이번 달에 얼마 나가나"의 문제지만 국민연금은 "13년 뒤에 얼마 받나"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같은 4만 원대 고정비라도 하나는 그냥 나가는 돈이고, 하나는 나중에 다시 돌아오는 돈입니다.

그래서 국민연금만큼은 "얼마나 아낄까"보다 "어떻게 끊기지 않게 이어 갈까"를 먼저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공단에 확인한 결과와 실제로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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