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필수 과목 6가지 (금리, 세금, 자산배분)

통장에 1억이 있는 사람과 10억이 있는 사람의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요. 최근 본 경제해적단 채널의 부자들은 끊임없이 공부합니다. 부자 필수 과목 6가지 영상은 이 질문에 의외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금융자산이 10억 원 넘는 부자들에게 자산을 굴리며 얻은 가장 중요한 지혜를 물었더니, 1위가 강남 아파트도 대박 종목도 아닌 "계속 공부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맥 빠지는 결론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영상이 그 공부를 금리, 세금, 현금흐름, 자산배분, 시간, 나 자신이라는 여섯 과목으로 나누는 걸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퇴직 전후로 이 블로그에 써 온 글들이 거의 그대로 이 여섯 칸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영상의 시간표에 제 지난 기록을 대어 보고, 제 상황에 맞춰 생각해 본 점을 함께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영상이 말한 부자들의 여섯 과목

영상의 핵심을 제 나름대로 한 줄씩 줄이면 이렇습니다.

과목영상의 핵심 메시지
1교시 금리금리는 모든 자산 가격에 작용하는 중력이다
2교시 세금수익률은 세전, 내 통장은 세후로 산다
3교시 현금흐름수도꼭지를 더 트는 것보다 배수구를 막는 게 먼저다
4교시 자산배분종목이 아니라 바구니를 나눠야 한다
5교시 시간복리의 큰돈은 언제나 마지막에 나온다
6교시 나 자신수익률은 엔진, 원칙은 브레이크, 운전자는 나다

학교에서 12년 동안 한 과목도 배운 적이 없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저도 토목 현장에서 26년을 일하면서 돈 공부는 늘 뒷전이었고, 대부분 실수하고 나서야 배웠습니다.

제 기록으로 매겨 본 성적표

영상을 보고 나서 지난 글들을 다시 열어 과목별로 점수를 매겨 봤습니다.

연금저축펀드 자산 현황 2026년 10월 2일 기준 수익률 56.59%
연금저축펀드 자산 현황 (2026년 10월 2일 기준)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은 시간과 세금입니다. 2021년 2월부터 연금저축펀드에 매달 50만 원씩 넣었고, 7월에 확인했을 때는 납입 원금 2,882만 원이 5,040만 원이 되어 있었습니다(연금저축펀드 5년 5개월 운용 후기). 이번 글을 쓰면서 10월 2일 기준으로 다시 열어 보니 원금 2,982만 원에 평가액은 4,670만 원, 수익률은 56.59%로 7월보다 내려와 있었습니다. 석 달 만에 수익률이 18% 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셈이지만, 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 계좌의 수익은 제가 운용을 잘해서가 아니라 팔지 않고 시장에 머물렀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영상 말처럼 복리의 큰돈은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도 550만 원 정도 됩니다. 퇴직금도 IRP로 받으면서 이연퇴직소득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제 영수증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26년 치 퇴직금의 실효세율이 2.3% 정도였는데, 근속연수공제 덕분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퇴직금 IRP 수령 후기).

가장 비싼 수업료를 낸 과목은 나 자신입니다. 예전에 손절 기준 없이 들고 있던 코스닥 종목이 결국 상장폐지까지 갔습니다. "설마 여기서 더 떨어지겠어"라는 생각 하나로 버틴 결과였습니다(손실 회피 심리). 반대로 미국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은 반토막이 났을 때도 버텼고, 지금은 +148%까지 올라왔습니다. 두 경우의 차이는 실력이 아니라 비중이었습니다. SOXL은 전체 자산의 일부였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영상이 말한 "엔진보다 브레이크"를 저는 상장폐지라는 비싼 값을 치르고 배운 셈입니다.

지금 다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은 자산배분과 현금흐름입니다. 와이디생명과학 4,000주를 장외 시절부터 10년 넘게 들고 있고, 대표가 바뀐 지금도 계속 보유하기로 했습니다(와이디생명과학 대표교체). 확신이 있는 종목이지만, 영상의 표현대로라면 한 바구니에 꽤 많이 담아 둔 상태입니다. 현금흐름은 8월 31일 퇴직하면서 과목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매달 들어오던 수도꼭지는 잠겼고, 건강보험료를 전액 내는 지역가입자가 되면서 배수구는 오히려 넓어졌습니다(퇴사하면 건강보험은?).

금리는 솔직히 가장 대충 들어 온 과목입니다. 직장 다닐 때는 대출 이자나 예금 이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금리가 내가 가진 자산 가격 전체를 누른다는 생각까지는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영상을 보며 든 제 생각

여섯 과목이라는 틀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수익은 불확실하고 세금은 확실하다"는 말은 제가 절세계좌 글을 쓰면서 늘 하던 이야기와 같습니다. 영상은 직장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을 위한 이야기라서, 막 퇴직한 제 상황에 대입해 보니 조금 다르게 읽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첫째, 같은 과목도 상황에 따라 시험 범위가 달라집니다. 영상은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900만 원을 채우면 최대 148만 5,000원을 돌려받는다고 설명합니다. 월급을 받는 분들에게는 가장 확실한 절세 방법이 맞습니다. 다만 세액공제는 낼 세금이 있어야 돌려받는 구조라, 근로소득이 끊긴 제 경우에는 조금 다르게 봐야 했습니다. 올해는 8월까지 받은 월급이 있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연금저축 납입을 "세액공제용"보다는 "과세이연용"으로 다시 따져 볼 생각입니다. 같은 과목이라도 인생의 학년에 따라 공부할 부분이 달라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둘째, 제게는 건강보험료도 2교시에 함께 넣어야 할 과목입니다. 영상이 다룬 세금 과목에 저는 건강보험료를 하나 더 얹어 보기로 했습니다. 퇴직 후 지역가입자가 되면서 소득뿐 아니라 재산과 자동차까지 보험료에 반영된다는 걸 알게 됐고, 지금 제 상황에서는 소득세 못지않게 큰 고정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퇴직을 앞둔 분이라면 2교시를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조금 넓혀서 공부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셋째, 공부보다 중요한 건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도 어설프게 공부한 사람이 더 크게 잃을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제 경험도 같습니다. 상장폐지 종목을 들고 있을 때 저는 공부를 안 한 게 아니라, 좋다는 이야기만 골라서 공부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블로그에 숫자로 남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연금저축 수익률, 퇴직소득세, 와이디생명과학 점검표를 글로 적어 두니, 확신을 키우는 공부가 아니라 확신을 시험하는 공부가 저절로 됐습니다.

넷째, 숫자는 언제든 바뀝니다. 영상에 나온 금리, 환율, 세율은 모두 특정 시점의 숫자입니다. 영상 스스로도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속세 개편안을 이미 확정된 것처럼 믿는 것이 가장 큰 오답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상의 숫자를 그대로 옮겨 적기보다, 제 계좌에 영향을 주는 숫자만 공식 자료로 다시 확인하려고 합니다.

퇴직한 제 시간표를 다시 짜 봤습니다

영상의 마지막 말처럼 돈 성적표는 언제 시작하든 그 시점부터 새로 매겨집니다. 그래서 여섯 과목을 퇴직한 지금 제 상황에 맞게 순서를 다시 짜 봤습니다.

  1. 현금흐름: 월급 없이 한 달 생활비를 어디서 충당할 지부터 정합니다.
  2. 세금과 사회보험료: 지역가입자 보험료와 임의계속가입을 따져 고정비를 줄입니다.
  3. 자산배분: 한 종목에 쏠린 비중을 점검하고, 생활비용 돈과 굴릴 돈을 나눕니다.
  4. 나 자신: 시장이 좋을 때 판을 키우지 않도록 규칙을 적어 둡니다.
  5. 시간: 원금을 지키는 구조가 만들어진 뒤에야 복리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6. 금리: 가장 약한 과목이라 앞으로 따로 공부해 볼 생각입니다.

앞선 글 퇴직자 1억 투자에서 "방향이 맞아야 속도가 의미 있다"고 적었는데, 이번 영상을 보고 그 방향을 과목별로 나눠 볼 수 있었습니다. 부자들이 10억을 넘긴 뒤에도 계속 공부한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위안이 됐습니다. 늦게 시작했다고 낙제는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이 글은 제 개인 경험과 의견을 정리한 것이며 특정 상품이나 종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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